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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한 번은 공연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 위에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조명, 온도, 습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장치는 조명을 담당하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였다. 어쩌면 눈에 띄었다기 보다 눈을 부시게 해서 눈길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 같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특정한 부분을 중심해서 보여주거나 특정한 인물을 집중시켜줄 때, 자주 사용된다. 나의 배역 중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 주위가 모두 암전 되어 어두운 가운데 홀로 등장해서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는 씬이었다. 그때의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어딜 가는 쫓아왔고, 어두운 밤중에 나와 그 둘 밖에 없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렇게 공연을 잘 마치고 공연을 했었다는 기억마저 잊히고 있을 어느.. 더보기
명확치 않은 날씨 명확하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이다 비가 오는 것도, 그렇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닌 날씨. 밝지도, 그렇다고 밤처럼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그런 날씨. 해가 뜨는 것도, 그렇다고 구름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닌 날씨가,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드러내는 폭우와 폭염 사이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내겐 도움이었다. 그들은 도움을 청할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이 없는 내게는 그들이 도움이었다.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너무도 많은 감정이 마음에 드리운다.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것 같은 폭우.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지게 만드는 폭염. 젖어가는 마음이 마를 새 없이 그 무게를 더해가는 장마. 마음에는 더없이 소중한 날들인 맑은 날. 적당한 수분으로 메말랐던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 더보기
과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이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했다는 말도, 윈스턴 처칠이 했다는 설도 있다. 누가 말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의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것은 현대가 삭막해졌음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그만큼 삭막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인지도 모른다. “아,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마.” “다 지난 걸 가지고 아직도 그러면 어떡하니?”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즉,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 좋은 일이었든, 그렇지 않았.. 더보기
안부 목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가 차오르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습관처럼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다. “오늘 힘들지는 않았어?” “그때 말한 그건 조금 괜찮아졌어?” 목 끝까지 차오른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또 누군가 너무도 버거워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럴 때면 우리는 목 끝까지 차올랐던 이야기들을 뒤로 한 채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들어준다. 우리 자신의 아픔을 뒤로한 채 말이다. 안부를 물을 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목 끝까지 차오른 우리네 이야기를 잠시 머금게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 안에 담는다. 털어놓기도 바쁜 순간에 우리는 그 이야기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거 들어주는 게 뭐.. 더보기
절실함 우리는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절실함의 정도가 성공의 여부를 좌우한다.” 아마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절실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학교 대표 축구 선수로 선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예산이 부족했는지 축구 유니폼을 주전들에게만 지급했다. 아니 어쩌면 돌려 입는 유니폼이었기에 주전들이 입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유니폼 관리는 당연히 주전들이 했다. 때는 시합 도중이었다. 전반전이 채 중반을 흘러가기도 전에 감독님은 선수 한 명을 불러들였다. 교체 사인이었다. 그 주전이 경기 당일 폼이 너무도 떨어졌던 까닭이다. 감독님은 나를 준비시켰다. 당연히 여벌 옷이 한 벌도 없었던 당시 상황으로선 미리 몸만 풀고 있다가 선수가 .. 더보기
아쉬움 우리는 많은 것을 아쉬워한다. 그 말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개 아쉬움은 완벽과는 반비례 관계이다. 아쉬움이 다가오면 그 일에 있어서 완벽이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완벽히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을 바라왔던 성공일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들어낼 결과물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과는 아쉬움을 동반한다. 그만큼 완벽에서는 멀어졌다는 뜻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 목표를 세울 때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생각한다. 그것을 이루었을 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다. 하지만 일을 진행해 가다 보면 작은 부분에서 뒤틀림이 발생한다. 그뿐이면 다행이다. 때로는 중심적인 부분이 삐거덕 거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우리는 그에 맞는 수정을.. 더보기
우리는 미련함을 어리석음에 비유하곤 한다. “와 저 사람 진짜 미련하다. 어떻게 저걸 저렇게까지 하고 있지?” 이 한마디에는 그 대상이 어리석었음을 일컫는 뉘앙스가 스며들어 있다. 이것은 비단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련”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 봐도 그러하다.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함” “미련”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단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연중에 사전의 의미대로 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미련함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사전적 의미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이렇다. “터무니없는 고집” “어리석음” “둔함” 한 문장에 좋지 않은 단어가 3번이나 들어간다. 단 한 문장에 말이다. 이 정도로 미련에 .. 더보기
인생 인생을 살아가며 하는 고민 중에 잘 풀리지 않는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인생에 관한 고민이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질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인생을 고민한다니.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조금은 더 와닿을 것 같다. 수학을 풀면서 수학을 고민한다. 아까보다는 훨씬 와닿는 느낌이다. 우리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계속 고민한다. “이때는 어떤 공식을 대입할까.” “이 상황은 어떻게 풀어보면 좋을까.” “이건 생전 처음 보는 문제인데?” “이 문제는 도저히 못 풀겠어.” 등과 같은 많은 경우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도 수학 문제와 비슷한지 모른다. 살아가면서도 고민하고, 풀어내면서도 질문하는 모습이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점 또한 유사하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