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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치 않은 날씨

명확하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이다

 

비가 오는 것도, 그렇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닌 날씨.

 

밝지도, 그렇다고 밤처럼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그런 날씨.

 

해가 뜨는 것도, 그렇다고 구름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닌 날씨가,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드러내는 폭우와 폭염 사이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내겐 도움이었다. 그들은 도움을 청할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이 없는 내게는 그들이 도움이었다.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너무도 많은 감정이 마음에 드리운다.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것 같은 폭우.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지게 만드는 폭염.

 

젖어가는 마음이 마를 새 없이 그 무게를 더해가는 장마.

 

마음에는 더없이 소중한 날들인 맑은 날.

 

적당한 수분으로 메말랐던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

 

등과 같은 많은 현상들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우리를 찾아왔다가는 되돌아간다.

 

하지만 그 중간 과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항상 명확하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

 

폭우가 폭염으로 바뀌기까지. 그 많던 비를 뿌리던 날씨가 잦아들고 그 하늘이 햇빛을 내리쬐는 하늘로 바뀌기까지.

 

장마가 맑은 날로 바뀌기까지. 마음을 쉴 새 없이 축여오던 그 장마가 구름 한 점 없는, 티 없는 마음으로 바뀌기까지.

 

그 모든 중간 과정에는 명확하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런 시간들이 좋았다. 어쩌면 그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고, 또 어쩌면 양 극단에서 받는 상처들이 버거워 그저 조금은 쉴 수 있는 명확하지 않는 목표들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명확하지 않은 시간들은 보이지 않는 나의 앞날 같기도 했는지도 모른다.

 

 

 

 

흐린 날이 좋았다

마치 내 마음 같아서

 

비 오는 날이 좋았다

마치 내 눈물 같아서

 

내 감정을 대변해 주는

명확하지 않은 날들이 좋았다

마치 내 앞날 같아서

명확치 않은 날씨,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