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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두 개의 귀 살아가다 보면 하소연을 들을 일이 참 많다. 누군가의 하소연을 들을 때면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말하는 사람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대개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하소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말이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이러한 순간들에서 섣부른 판단을 한다면 어느 한 쪽과는 멀어지기 마련이다. 우리에겐 두 개의 귀가 있다. 한 쪽으로 듣고 한 쪽으로 흘리기도 하고,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에는 닫아버릴 수 있는 귀 말이다. 어느 날, “우리에게 왜 귀가 두 개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마 한 쪽만 듣고 판단하지 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판단하라고,.. 더보기
지름길 살아가다 보면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날이 무수히 많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이쪽이 아닌데...”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나는 어디로 내가 흘러가는지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언제였던가는 포기하고 싶어지는 날이 오기도 했었다. 어느 순간인가 눈을 떠 보면 내가 원치도 않았던 길을 나는 걷고 있다.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다른 사람도 내게 그 일을 계속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길로 가면 안 되는데, 사람들은 계속 이 길로 가라고 등 떠밀고 있는 듯했다. 친구들과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한 친구가 “이쪽으로 가면 지름길이야.” 라고 말했다. 나는 믿지 못하고 그냥 가던 길.. 더보기
가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모습의 가면을 꺼내든다. 사회에서는 직장에 맞는 가면을, 가정에서는 때로는 철없는 자녀의 모습의가면, 때로는 부모님이라는 모습의 가면, 또 친구들과는 그 시절에 맞는 가면을 꺼내어 쓰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의 가면을 바꾸어 쓴다. 하지만 우리는 가면을 돌려쓰느라 가면 뒤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잘 마주하지 못한다. 우리는 익숙해져 있는 가면 뒤에 숨어 어쩌면 우리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가면 뒤에 있는 모습을 아는 이는 얼마 없다.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게 시간마다 가면을 바꾸어 쓰며 살아가다 가면에 숨이 막혀 가면 쓰기를 내려놓는 날이면 그제야 가면 뒤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더보기
기다림 “기다림의 미덕”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기다리는 일을 미덕처럼 여긴다. 기다리는 것보다 다가가는 것이 만날 확률도, 마주할 확률도 많음에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만나지 못했던 인연들이 너무도 많다. 물론 둘 모두가 다가간다면 길을 엇갈릴 확률이 부단히도 높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고, 한 방향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른 길은 생각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다림을 미덕을 생각하는 우리의 길이 엇갈릴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누군가 다가가는 것이 둘 모두 기다리는 것보다는 확률이 높다. 누군가는 다가가다 만날 수도 있을 기회를 누군가는 바라만 보다가 끝내기도 한다. 나는 다가가기보다는 항상 기다리는 편이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괜히 다가갔다가 스쳐 지나갈 존재로 남을 것 같아서... 더보기
자존심 버렸던 것들이 기어올라오는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쓰레기통에 버려둔 쓰레기에서 올라오는 악취, 잡아서 버린 줄 알았던 벌레, 그리곤 어딘가에 버려두고 기억하지 못하다가 한 번씩 치고 올라오는 우리의 자존심. 우리는 20대에 세상에 던져지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또 많은 것들을 얻는다. 먼저 우리는 우리 자신을 버린다. 그 세상에 내던져짐과 동시에, ‘나’이기를 포기한다. ‘나’이기를 포기한 우리에게는 주어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다. 때로는 학교에서 세상이 이런 곳이라는 것을 한 번쯤은 몸소 체험하게 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랬더라면 학교에서 품게 했던 희망을 조금 미리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나를 잃어간다. 평상시에는 나를 잃어가.. 더보기
상황 사람마다 처한 상황들이 다르기 마련이다. 우리가 마주했던 태풍 마이삭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의 어느 곳에는 그저 비만 오다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이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부산의 어딘가에서는 신호등이 돌아가고, 제주도의 어딘가에서는 1000mm가 넘는 비의 양을 내리기도 하고, 또 어딘가에서는 다가올 태풍을 준비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한 나라 안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으로 많은 것들을 해석한다. 서울에 있는 누군가는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며 흘려 넘길지 모른다. 하지만 1000mm가 넘는 비를 뿌리고 간 흔적을 치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또 눈앞에서 신호등이 돌아가 쓰러져 버리는 것은 본 사람은, 그런 무서운 태풍의 예상 경로 위에 위치해 있는 사람은 어.. 더보기
자급자족 “본인이 벌어서 먹고 살만해지면 인생이 단순해진다.”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30대에”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말의 뜻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먹고 살만하면 인생이 단순해진다.” 이 말의 의미는 아마도 고민 많은 10, 20대 청춘들에게 전해주는 말인 것 같다. 어쩌면 고민이 많다는 것이 미안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라며, 이제는 학교라는 곳을 조금 알겠다, 라는 생각이 들 때면 중고등학생이 되어버린다. 그 뜻은 무엇인가. 입시라는 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그마치 6년이라는 시간을 전장에서 싸우고 나면 어떤 결과를 받았건 허탈함과 함께 다시 한번 도전을 시도하거나, .. 더보기
위로 우리는 수많은 힘에 겨운 일들에 맞서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숙해지기도, 일어날 힘을 잃기도 한다. 그것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든, 일어날 힘마저 없게 만들어 버렸던 일이 되었든,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위로이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위로 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고, 오늘도 고생 많았어. OO야.”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일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침대에 누워도 정신적인 피로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잠자리에서도 떠오르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언제 침범했는지 모르게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럴 때면, 그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삶의 회의도 손을 맞잡고 우리를 찾아든다. 그러면 우리는 또 잠 못드는 밤을 지새운다. “왜 이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