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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한 번은 공연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 위에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조명, 온도, 습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장치는 조명을 담당하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였다. 어쩌면 눈에 띄었다기 보다 눈을 부시게 해서 눈길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 같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특정한 부분을 중심해서 보여주거나 특정한 인물을 집중시켜줄 때, 자주 사용된다.

 

나의 배역 중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 주위가 모두 암전 되어 어두운 가운데 홀로 등장해서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는 씬이었다.

 

그때의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어딜 가는 쫓아왔고, 어두운 밤중에 나와 그 둘 밖에 없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렇게 공연을 잘 마치고 공연을 했었다는 기억마저 잊히고 있을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그날 나는 한낮이라고 불리는 12시 경에 길을 걷고 있었다. 그날은 유난히도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햇살도 유난히 따가웠다. 길을 걸으며 느껴지는 왜인지 모를 따가움에 나는 얼굴을 붉히며 하늘을 노려 보았다.

 

그곳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여백으로 삼아 떠있는 해가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암흑으로 가득했던 곳에서 나만을 비추어주었던 스포트라이트 같았다. 하늘에 떠 있는 해는 마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듯 눈이 부시게 따가웠던 점마저 같았다.

 

한동안을 그 자리에서 물끄러미 태양만을 바라보았던 나는 그때의 기억이 오버랩 되면서 찡그렸던 눈살과 따갑게만 느껴졌던 햇살이 고마워졌다.

 

그것은 보잘것없는 나를 비추어주는 스포트라이트 같았으니까.

 

 

 

마치 나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같았다

스포트라이트,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