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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류 힘들 때 흐느끼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힘들 때 얼굴을 찡그리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또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힘들 때 웃는 사람들이 있다. 힘든데 어떻게 웃을 수가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힘들 땐 울고, 흐느끼고,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최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힘들 때 웃는 사람들. 그들은 어차피 힘들어야 한다면 웃으며 넘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일류가 아니라, 힘들 때 웃는 사람이 진정한 일류의 삶을 사는 사람이지.. 더보기
인생무상(人生無常)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삶이란 것은 덧없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다 어느 순간인가 뒤를 돌아보며 할 수 있는 말인 듯하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룬 것은 없는, 그럴 때에 사용하는 말인 듯하다. “아, 인생무상이구나. 덧없는 인생, 살아 무엇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수도 없이 많다. 가끔씩 찾아오는 ‘인생무상’과 같은 감정 앞에서 한없이 무너져 내리곤 한다. 인생무상이 찾아오는 것을 대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외로 답은 멀리 있지 않은 듯하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의 다른 뜻이 있다. 그 뜻은, "변화가 심하여 아무 보장이 없는 인생." 이라는 것이다. 열심히 해 왔지만 이룬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추어 내가 이루어 왔던 것.. 더보기
인연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르게 벌써 8호 태풍 바비가 지나갔다. 그것은 떠들썩했던 여론과 달리 태풍 자체가 조용히 지나간 것도 있고,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어디선가 소멸되었던 1-7호 태풍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1-7호 태풍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올해 우리에게 기억을 남긴 것은 8호 태풍인 바비 하나뿐이다. 이어 9호 태풍인 마이삭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그것 역시 주의가 필요한 태풍이라고들 말한다. 그 태풍 역시 우리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태풍과 같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칭해지는 인연이다. 우리는 인연에 대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진정 인연이면 만나겠지.” 이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 더보기
스포트라이트 한 번은 공연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 위에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조명, 온도, 습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장치는 조명을 담당하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였다. 어쩌면 눈에 띄었다기 보다 눈을 부시게 해서 눈길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 같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특정한 부분을 중심해서 보여주거나 특정한 인물을 집중시켜줄 때, 자주 사용된다. 나의 배역 중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 주위가 모두 암전 되어 어두운 가운데 홀로 등장해서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는 씬이었다. 그때의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어딜 가는 쫓아왔고, 어두운 밤중에 나와 그 둘 밖에 없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렇게 공연을 잘 마치고 공연을 했었다는 기억마저 잊히고 있을 어느.. 더보기
안부 목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가 차오르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습관처럼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다. “오늘 힘들지는 않았어?” “그때 말한 그건 조금 괜찮아졌어?” 목 끝까지 차오른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또 누군가 너무도 버거워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럴 때면 우리는 목 끝까지 차올랐던 이야기들을 뒤로 한 채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들어준다. 우리 자신의 아픔을 뒤로한 채 말이다. 안부를 물을 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목 끝까지 차오른 우리네 이야기를 잠시 머금게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 안에 담는다. 털어놓기도 바쁜 순간에 우리는 그 이야기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거 들어주는 게 뭐.. 더보기
아쉬움 우리는 많은 것을 아쉬워한다. 그 말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개 아쉬움은 완벽과는 반비례 관계이다. 아쉬움이 다가오면 그 일에 있어서 완벽이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완벽히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을 바라왔던 성공일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들어낼 결과물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과는 아쉬움을 동반한다. 그만큼 완벽에서는 멀어졌다는 뜻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 목표를 세울 때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생각한다. 그것을 이루었을 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다. 하지만 일을 진행해 가다 보면 작은 부분에서 뒤틀림이 발생한다. 그뿐이면 다행이다. 때로는 중심적인 부분이 삐거덕 거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우리는 그에 맞는 수정을.. 더보기
막차 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거닐 때면, 역 앞이나 정류장 앞에서 떠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헐떡이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의 다음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일관적이다. 한참을 하염없이 열차나 버스가 사라진 곳을 넋 놓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는 힘이 빠져 너털거리는 몸을 이끌고 도로 위로 손을 흔들거나 전화로 다른 수단을 찾는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참을 급박하게 뛰어가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본 그런 경험 말이다. 그 후의 행동은 막차를 놓친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었다면 그날은 첫차를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한참을 지나간 자리를 넋 놓고 보다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은 정류장에 몸을 기대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