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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회상 인생을 살다 보면 문득 과거의 일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 과거의 일들은 대개 좋았을 적에 일이다. 그런데 그런 과거의 일들이 자주 떠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행복 안에서 살고 있다면 잘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도 벅찬데, 과거의 일까지 회상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대한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는 건 지금 현재의 힘든 삶, 견뎌내기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 떠올릴, 회상할 과거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를 잘 살아왔기에, 행복했기에, 떠올릴 추억이 있는 것이 아닐까. 힘든 지금 이 순간에 과거처럼만 다시 살아낸다면 미래에 언젠간 오늘을 과거로 회상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회상 ─ 과거에 대한 생각이 자주 날수록 지금이 힘들다는.. 더보기
잠식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우리도 그 시간에 맞게 흘러간다. 과거는 머물러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에 잠식된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과거에 잠식된다. 또 그렇게 다가올 미래를 놓치기도 한다. 현재를 갉아먹는 과거라는 누에 한 마리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먹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과거를 살기도 하고, 미래를 살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은 참으로 애틋한 것 같다. 분명 과거에 있는 일이 지금 눈에 아른거리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찬란한 미래를 바라보기도 하고, 과거에 바랐던 꿈을 현재의 내가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세 종류의 사람 중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많을지. 첫째,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 둘째, 찬.. 더보기
위로 우리는 수많은 힘에 겨운 일들에 맞서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숙해지기도, 일어날 힘을 잃기도 한다. 그것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든, 일어날 힘마저 없게 만들어 버렸던 일이 되었든,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위로이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위로 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고, 오늘도 고생 많았어. OO야.”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일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침대에 누워도 정신적인 피로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잠자리에서도 떠오르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언제 침범했는지 모르게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럴 때면, 그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삶의 회의도 손을 맞잡고 우리를 찾아든다. 그러면 우리는 또 잠 못드는 밤을 지새운다. “왜 이럴.. 더보기
인연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르게 벌써 8호 태풍 바비가 지나갔다. 그것은 떠들썩했던 여론과 달리 태풍 자체가 조용히 지나간 것도 있고,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어디선가 소멸되었던 1-7호 태풍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1-7호 태풍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올해 우리에게 기억을 남긴 것은 8호 태풍인 바비 하나뿐이다. 이어 9호 태풍인 마이삭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그것 역시 주의가 필요한 태풍이라고들 말한다. 그 태풍 역시 우리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태풍과 같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칭해지는 인연이다. 우리는 인연에 대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진정 인연이면 만나겠지.” 이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 더보기
낭비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 나 오늘 시간 낭비 너무 했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낭비했다는 말을 그만큼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시간”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낭비”라는 단어를 쉬이 덧붙인다. 반면 돈을 쓰는 것에는 어떠한가. 요즘은 "flex"라는 유행할 정도로 그것에는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점을 볼 때, 사람들은 유독 시간에 각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충분한 낭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을 낭비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모순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통해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흘려보내는 이유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는 그 시간을 낭비했다며 자책하.. 더보기
향기 좋아하던, 사랑하던 사람을 잊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떠오르고, 항상 생각이 난다. 잊으려고 하면, 그 사람이 생각이 난 것이고, 지우려고 다짐해도 내 마음에 남은 것이다. 하지만 좋아했던 사람도, 사랑했던 사람도 잊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뜨거운 사랑을 하다가도 서로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나. 혼자만의 사랑을 하다가 상대에게 마음이 맞는 이성이 생겼다거나. 어쩌면 한때 자신의 전부인 것 같이 사랑을 하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린, 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무너져 내린다거나. 우리는 수많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어야 하는 경우에 놓여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들은 틈만 나면 파고들어와 모든 것들 파헤쳐 버리곤 이내 사라져버린다. 마치 소.. 더보기
습관 우리에겐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 같은 것들이 있다. 바로 습관이다. 특히 사람이 지나고 난 자리에 남는 습관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이면 입에 뿌리던 입 냄새 제거제. 신호가 바뀔 때면 항상 도로 안쪽으로 잡아당기던 그 손. 너를 만나는 날이면 입고 나갔던 네가 골라 준 옷. 네가 사준 액세서리. 그리곤 시도 때도 없이 부르던 너의 이름. 이런 많은 것들이 헤어진 후에도 은연중에 나오곤 한다. 문득 중요한 일이 생기는 날이면 주머니 어디선가 굴러다니던 입 냄새 제거제를 뿌리다가 한 번. 신호 바뀌길 기다리면서도 막상 바뀌고 나면 잡을 손이 없어서 허공을 휘졌는 나의 공허해진 헛손질. 아무렇지 않게 집어 아무렇지 않게 입고 밖으로 나섰지만, 너무도 반짝이.. 더보기
안부 목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가 차오르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습관처럼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묻는다. “오늘 힘들지는 않았어?” “그때 말한 그건 조금 괜찮아졌어?” 목 끝까지 차오른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또 누군가 너무도 버거워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럴 때면 우리는 목 끝까지 차올랐던 이야기들을 뒤로 한 채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들어준다. 우리 자신의 아픔을 뒤로한 채 말이다. 안부를 물을 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목 끝까지 차오른 우리네 이야기를 잠시 머금게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 안에 담는다. 털어놓기도 바쁜 순간에 우리는 그 이야기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거 들어주는 게 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