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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편지 이제는 너무도 애틋한 단어가 되어버린 것이 있다. 바로, “편지”이다.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가 고도로 발달해 편지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편지라는 단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안에 담긴 애틋함을 기억하고 있다. “왜 일까?” 분명 편지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함에도 말이다. 우리는 흔히 “편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다. 우편물로서 우체통에 배달되어 우리가 열어보는 것을 우리는 편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린다. 하지만 편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이렇다.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그렇다. 편지의 의미에 어디서도 “우편물”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문자, sns, 심지어는 그럼에도 우리가 .. 더보기
톱니바퀴 언젠가, 톱니바퀴 여러 개가 맞물려 돌아가는 벽 시계를 본 적이 있다.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쉬지 않고 돌아가니 조금은 어지럽기도 했고, 왠지 모를 익숙함이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사로잡았다. “왜일까.” 왠지 모를 익숙함을 찾아내기 위해 한동안 그곳에서 자리를 지켰다. “야, 어제 너 없어서 고생 진탕했잖아!” “아, 미안 어제는 약속이 있었어.” 어디선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다른 파장의 두 남자의 목소리였다. “후, 다음부터는 대타라도 구하고 쉬어.” “어제는 진짜 급해서 그랬어. 미안. 내가 밥 살게.” 두 마디의 대화가 더 오가고 그들은 밖으로 나갔는지 문소리가 들려왔다. 그 둘의 대화는 한동안 자리를 지키던 나의 머리를 때렸다. 우리네 삶이 톱니바퀴와 너무도 유사했던 것이.. 더보기
전화 헤어지고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헤어지고도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생길 때면, 대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한 상황은 보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제 막 사랑이 시작되었거나, 아니면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경우이거나. 두 경우 모두 사랑이 시작된, 사랑을 하게 된 기간만 다를 뿐, 그 사람이 하루 종일 맴돈다는 것은 같은 현상이다. 후자의 경우, 즉 사랑을 시작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나눈 후에는 헤어진 후에 전화를 하는 것이나, 만나는 것이 사랑을 처음 시작한 이들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한 전자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랑의 시작은 대개 혼자만의 사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후 점차 시간이 흘러.. 더보기
계획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공자가 한 말 중의 일부이다. 그 말을 조금 더 살펴보면 이렇다.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에 있고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만큼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말과 같이 우리는 어떤 일을 들어가기 전에 자신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운다. 그것이 문서로 정리된 계획이든, 머릿속에서 맴도는 계획이든. 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기 원한다. 과연 우리가 세웠던 계획들이 빠짐없이 실현된 그런 기억이 있는지. 우리의 계획대로 온전히 구현된 일이 있는지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큰 틀은 어찌 계획과 맞추어졌는지 모른다. 아니, 결과는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우리.. 더보기
길을 잃다 우리는 항상 길 위에 놓여 있다. 그 길은 평탄한 길일 수도, 높은 경사가 진 오르막일 수도,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일 수도, 때로는 아무 이정표가 없는 광야와 같은 황무지일 수도 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많은 선택과 좌절을 경험한다. 분명 좋은 선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잘 기억나지 않는 까닭은 좋지 못했던 선택들이 더 많았을뿐더러, 그 선택들이 우리의 기억을 더 오래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느낀 길은 이러했다. 한 번 그 길로 발을 내디디면, 돌이킬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선택이라는 단어인지 모르겠다. 그 길로 들어서면 필히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마치 후진이 되지 않는 차처럼, 멈추어 있거나, 앞으로 나가는 방법 둘 중 하나였다. 그러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더보기
질투 우리는 질투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생각 외로 많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볼 때, 다른 이가 좋은 일로 남들의 입에 오를 때,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성과 다정해 보이는 대화를 나눌 때까지. 우리의 삶에 침투해오는 그 감정은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그 안에 담겨 있는 노력은 보지 않고, 현재의 그 모습만을 보고 그러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그곳에 닿기까지의 과정은 보지 못하고, 과정의 결과만을 보고 부러움을 느끼고, 그 자리를 탐하는 것이다. 그 감정은 우리가 그것에 얼마나 중점 두느냐에 따라, 다른 크기로 다가온다. 한 번은 누군가 이런 말로 고민을 상담해 온 적이 있었다. 본인이 홀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계속 이성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더보기
노래 다섯 가닥의 선 사이를 넘나드는 음들. 그 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멜로디. 노래에 필요한 그 멜로디들은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뛰어난, 우리가 존경해야 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각각의 음들은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선들을 넘나들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 자리가 높은 자리든, 그렇지 못하든. 그런 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멜로디가 만들어진다. 멜로디라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멜로디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아름다운 멜로디엔 미치지 못한다. 우린 각각의 음들과 달리 자리를 고집한다. 절대 자신의 자리를 양보할 수 없고, 하더라도 의도가 불순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게 자신의 자리만 고집하는 우리의 세상은 .. 더보기
기차 기차역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나의 기분도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기차역을 찾은 것은 인생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또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것을 찾으려 여행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회의감의 무게는 꽤나 무거웠다. 기차가 버텨내고 있는 승객의 무게만큼. 기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내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찾는 것은 기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목이 탔다. 가방을 열어 물을 홀짝이는 사이 기차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서둘러 가방을 정돈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에도 서두르고 있는 나 자신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