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톱니바퀴 여러 개가 맞물려 돌아가는 벽 시계를 본 적이 있다.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쉬지 않고 돌아가니 조금은 어지럽기도 했고, 왠지 모를 익숙함이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사로잡았다.
“왜일까.”
왠지 모를 익숙함을 찾아내기 위해 한동안 그곳에서 자리를 지켰다.
“야, 어제 너 없어서 고생 진탕했잖아!”
“아, 미안 어제는 약속이 있었어.”
어디선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다른 파장의 두 남자의 목소리였다.
“후, 다음부터는 대타라도 구하고 쉬어.”
“어제는 진짜 급해서 그랬어. 미안. 내가 밥 살게.”
두 마디의 대화가 더 오가고 그들은 밖으로 나갔는지 문소리가 들려왔다.
그 둘의 대화는 한동안 자리를 지키던 나의 머리를 때렸다. 우리네 삶이 톱니바퀴와 너무도 유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익숙했고, 나는 그것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그들의 대화를 풀어보면 이렇다.
“야, 어제 너 없어서 고생 진탕했잖아!”
잘 돌아가던 시계의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가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그 순간에는 그 일이 전부 멈춰버렸을 것이다. 심지어는 그들의 생각까지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는가. 너무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오면 머릿속의 색이 하얀색이 칠해지는 경험을.
이후 그들은 나름대로 대처를 하고, 또 나름대로 그 시계를 잘 돌려냈을 것이다. 시계가 멈추더라도 시간은 멈추지 않으니까.
톱니바퀴도 마찬가지다. 톱니가 다 닳아 돌아가지 않거나, 갑자기 톱니가 빠져버려 그 자리가 멈춰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멈춰 서버린 톱니바퀴를 고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 톱니바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애석하지만 대부분의 어느 곳이든 대체가 불가능한 곳은 없다. 분명 그곳에 있을 때는 그럴지 모른다.
“야, 너 없으면 어떻게 돌아가?”
하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알게 될 것이다. 나 없이도 그곳이 잘 돌아간다는 것을.
그러니,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 한 평생 시계를 돌리기 위한 톱니바퀴로 맞물려 살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게
우리와 같구나
톱니바퀴,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