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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헤어지고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헤어지고도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생길 때면, 대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한 상황은 보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제 막 사랑이 시작되었거나, 아니면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경우이거나.

 

두 경우 모두 사랑이 시작된, 사랑을 하게 된 기간만 다를 뿐, 그 사람이 하루 종일 맴돈다는 것은 같은 현상이다.

 

후자의 경우, 즉 사랑을 시작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나눈 후에는 헤어진 후에 전화를 하는 것이나, 만나는 것이 사랑을 처음 시작한 이들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한 전자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랑의 시작은 대개 혼자만의 사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후 점차 시간이 흘러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가고, 그렇게 사랑이 시작된다.

 

처음 혼자만의 사랑을 시작한 사람에겐, 그 사람이 떠나가질 않는다. 어디에서 만났든, 함께 있을 땐 한없이 행복하다가고 헤어지고 나면, 떠오르는 것이 처음의 사랑의 시작이다.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은 그 사람으로 채워진다. 돌아가는 길 위에는 그 사람이 너무도 많아서 온갖 신경이 그 한 사람에게로 향한다.

 

그래서 그 함께했던 시간들을 복기해보기도 하고, 어쩌면 더 좋았을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감정이 격해질 때면,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곤 그 사람이 담겨 있는 어떤 곳이든 들어가 그 사람을 확인한다. 처음에는 그렇게 끝이 날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은, 또 그 길 위에 생겨나는 그 사람이 너무도 많아진다. 그렇게 많아지다 보면, 밤이라는 애틋함이 더해져 왠지 모를 자신감이 더해지곤 한다.

 

그 자신감은 자신을 행동하게 하는데, 전에는 보기만 했던 그곳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한다. 처음에는 그 감정을 그리 많이 드러내지 않아, 간단한 안부로 그 이야기가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을 먼저 시작한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것을 이룬 것이다.

 

그렇게 연락의 횟수가 잦아지고, 둘의 감정이 더해지기 시작하면, 간단한 안부로 막을 내렸던 그들의 이야기는 글로 주고받을 수 없는 애틋함이 더해진다.

 

그럴 때면, 그들은 드디어 전화기를 이름에 걸맞은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처음 서로의 목소리를 둘만 향유할 수 있게 되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전화가 끝난 후에는 여운이 남아 그 하루를 잘 마무리하거나, 그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된다. 때로는 좋지 않았던 하루가 단 한순간에 뒤바뀌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다른 이의 목소리는 조금은 다르다. 기계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가 늦은 시간까지, 때로는 언제든 그들이 서로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조금은 다른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떨어져 있어도 함께할 수 있었으니까

전화,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