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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다섯 가닥의 선 사이를 넘나드는 음들. 그 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멜로디.

 

노래에 필요한 그 멜로디들은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뛰어난, 우리가 존경해야 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각각의 음들은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선들을 넘나들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 자리가 높은 자리든, 그렇지 못하든. 그런 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멜로디가 만들어진다. 멜로디라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멜로디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아름다운 멜로디엔 미치지 못한다. 우린 각각의 음들과 달리 자리를 고집한다. 절대 자신의 자리를 양보할 수 없고, 하더라도 의도가 불순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게 자신의 자리만 고집하는 우리의 세상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시끄러운 세상 소식들, 듣고 싶지 않은 뉴스들의 발단의 시작이 어쩌면 이러한 부분인지 모른다.

 

또 낮은 곳보다는 높은 곳을 선호한다. 높은 곳을 항상 추구하고 높은 곳에 이르면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두 높아져 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머리가 아픈 스트레스만 가중되는 고음 속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다.

 

가수가 부르는 한 곡의 노래가 온통 고음으로 가득 찼다면, 과연 그 노래에는 감동과 울림이 있겠는가. 그 노래는 그저 소음에 불과하다. 저음엔 나름의 울림이 있다. 고음이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묵직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저음으로만 형성된 노래인데도 울림이 있고 감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낮아짐을 택해야 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다. 높은 음들은 많다. 또 많은 음들이 높아지려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낮아진다면, 낮아짐을 추구한다면, 세상이라는 멜로디는 조금은 더 듣기 좋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변화해 갈 것이다. 설령 높은 음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낮은 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감동과 울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멜로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각종 음표가 관여한다. 우리는 연주할 때, 관여하는 그 음표들을 지켜 연주한다. 그래야만 작곡가의 의도에 맞는 감미로운 연주를 해 낼 수 있다.

 

그 음표들이 우리의 인생에서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다. 그 최소한의 음표들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린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나가는 한낮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고 자신이 낮아질 줄 안다면 인생이라는 멜로디는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멜로디만으로는 노래라고 할 수 없듯, 우리는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가사의 재료들이다. 때로는 한순간이 재료로 사용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인생이 통째로 가사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런 가사들엔 대부분 감동과 공감과 새로움이 담겨있다. 누군가의 인생은 감동이 될 수 있고,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공감이 될 수 있으며,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새로움이 되어 줄 수 있다.

 

멜로디라는 세상 속에 우리의 삶을 녹인 가사가 스며들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우리는 완성된 이 작품을 노래하며 우리의 노래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가사의 재료들이다. 

때로는 한순간이 재료로 사용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인생이 통째로 가사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노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