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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기차역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나의 기분도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기차역을 찾은 것은 인생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또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것을 찾으려 여행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회의감의 무게는 꽤나 무거웠다. 기차가 버텨내고 있는 승객의 무게만큼. 

 

 기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내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찾는 것은 기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목이 탔다. 가방을 열어 물을 홀짝이는 사이 기차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서둘러 가방을 정돈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에도 서두르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탐탁지 않았다. 

 

 기차는 출발했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행히 자리는 창가 쪽이었다. 많은 이들이 창가 쪽을 좋아하듯 나 또한 그랬다. 아마 지나치는 풍경을 볼 수 있음이 그 이유일 것이다.

 

 기차는 제법 속력을 내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그 풍경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려던 찰나, 마주 오던 기차 한 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아까 전 역에서 봤던 빠르게 지나간 기차가 떠올랐다. 기차 안에서 보면 밖에 지나치는 풍경은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기차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문득,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을 안에서 견딜 때는 너무도 버거워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지나고 보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지나간 순간들이었다.

 

 물을 많이 홀짝였던 나머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일어나 화장실로 몸을 움직이던 찰나, 기차가 덜컹거렸다. 몸이 휘청였다. 다시 중심을 잡고 걸음을 내디뎠다, 화장실 앞에 도착하면서도 수없는 덜컹거림을 느꼈다. 심지어 용변을 보는 중에도 말이다. 조준이 잘되지 않아 용변이 옆으로 튀었다. 휴지로 변기를 닦고 자리로 돌아오는 와중에도 기차는 계속 덜컹거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도 덜컹거림이 있다. 내적이든, 외적이든. 덜컹거림은 수없이 많이 있었다. 거의 다 온 것 같았는데 덜컹거리는가 하면 다 이루고도 덜컹거린다. 이 사실을 기차는 아마 알고,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탓인지 어느새 내려야 할 시간이 됐다. 나는 짐을 꾸리고 기차의 문 쪽으로 몸을 옮겼다. 여전히 기차는 덜컹거렸다. 이제는 그 덜컹거림이 괜스레 반가웠다. 살면서 느끼는 덜컹거림도 이렇게 웃으며 넘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문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며 엄청난 한기가 나를 덮쳐왔다.

 

 왜 그런가, 보니 기차와 기차 사이를 연결해 주는 이음새 부분인 것 같았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내려서 자세히 관찰해 보겠노라, 다짐하고 기차의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곧이어 완전히 기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공기가 상쾌했다. 밀폐된 곳에 오래 머물렀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얼른 이음새 부분을 관찰했다. 기차가 떠나기라도 하면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긴 것과는 달리 이음새 부분이 그리 견고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작은 고리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딱 그 정도 사실을 확인했을 때, 열차는 출발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겨우 그 조그마한 고리가 어찌 열차의 칸들을 있고 있는가.

 

“작지만 강한 것이 있다.”

 

어쩌면 그 말이 이음새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자신의 무게를 버틸 수 있게 설계된 것이 이음새였다. 나는 이 흥미로운 사실을 인생에 대입시켜보았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저러한 이음새 때문에 수많은 덜컹거림에도 이어지고, 서로가 서로에 연결되어 더욱 견고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덜컹거림에도 결국은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되는 인생이라는 기차를 우리는 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작이 끝이 되는 것이 있다고 했던가. 나에겐 이번 여행이 그런 것 같다.

 

 

 

 

 

수많은 덜컹거림에도 결국은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되는 인생이다

기차,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