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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모습의 가면을 꺼내든다. 사회에서는 직장에 맞는 가면을, 가정에서는 때로는 철없는 자녀의 모습의가면, 때로는 부모님이라는 모습의 가면, 또 친구들과는 그 시절에 맞는 가면을 꺼내어 쓰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의 가면을 바꾸어 쓴다.

 

하지만 우리는 가면을 돌려쓰느라 가면 뒤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잘 마주하지 못한다. 우리는 익숙해져 있는 가면 뒤에 숨어 어쩌면 우리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가면 뒤에 있는 모습을 아는 이는 얼마 없다.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게 시간마다 가면을 바꾸어 쓰며 살아가다 가면에 숨이 막혀 가면 쓰기를 내려놓는 날이면 그제야 가면 뒤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를 돕기 위해 나서는 이들 또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사람은 가면을 벗고 우리에게 오는지, 아니면 위로에 맞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오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한 겹 벗겨진, 그 한 겹이 벗겨져 나약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숨쉬기도 힘들었던 우리는 그런 모습을 한없이 모두 털어놓는다. 아무 의심 없이, 아무 괴리감 없이.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조심했던 모든 것을 배제하고 우리는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필사적으로 지켰던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가면을 벗고 있을 때, 의심 없이 털어놓았던 그 시간들이 발단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듯 위로가 되기 위해 다가온 것 같은 사람도 불행한 시작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자신을 포함한 너무도 많은 이들이 가면을 쓰고 생활한다.

 

때로는 감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또 때로는 모든 감정은 내게 의지하는 것 같이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언제든 다른 가면을 꺼내들고는 이전의 가면을 쓰고 얻었던 것들을 발설할 수도, 또 묵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그에겐 얼마나 더 있을까

바꿀 수 있는 모습이

가면,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