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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우리는 수많은 힘에 겨운 일들에 맞서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숙해지기도, 일어날 힘을 잃기도 한다. 그것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든, 일어날 힘마저 없게 만들어 버렸던 일이 되었든,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위로이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위로 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고, 오늘도 고생 많았어. OO야.”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일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침대에 누워도 정신적인 피로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잠자리에서도 떠오르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언제 침범했는지 모르게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럴 때면, 그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삶의 회의도 손을 맞잡고 우리를 찾아든다. 그러면 우리는 또 잠 못드는 밤을 지새운다. “왜 이럴.. 더보기
인연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르게 벌써 8호 태풍 바비가 지나갔다. 그것은 떠들썩했던 여론과 달리 태풍 자체가 조용히 지나간 것도 있고,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어디선가 소멸되었던 1-7호 태풍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1-7호 태풍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올해 우리에게 기억을 남긴 것은 8호 태풍인 바비 하나뿐이다. 이어 9호 태풍인 마이삭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그것 역시 주의가 필요한 태풍이라고들 말한다. 그 태풍 역시 우리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태풍과 같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칭해지는 인연이다. 우리는 인연에 대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진정 인연이면 만나겠지.” 이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 더보기
태풍 바비 나에겐 태풍 하면 떠오르는 한순간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시간이다. 때는 태풍에 관한 단원을 배우고 있었을 시기였다. 지구과학을 배우기 전부터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막상 배움 속으로 들어가면 태풍만큼이나 새롭게 다가오는 것도 없다. 태풍 하면 막연히 “휩쓸고 지나간다.”라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하지만 태풍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에 있어서 그들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진행방향, 진행속도, 중심기압, 중심부근 최대풍속 등 가장 일반적인 것들만 해도 5가지 정도이다. 이 중에서도 중심기압에 대한 추억이 깊다. 때는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중심기압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중심기압이 950hPa만 되어도 엄청난 태풍입니다.” 시간이 흐리어놓은 기억이 생각해.. 더보기
낭비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 나 오늘 시간 낭비 너무 했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낭비했다는 말을 그만큼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시간”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낭비”라는 단어를 쉬이 덧붙인다. 반면 돈을 쓰는 것에는 어떠한가. 요즘은 "flex"라는 유행할 정도로 그것에는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점을 볼 때, 사람들은 유독 시간에 각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충분한 낭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을 낭비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모순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통해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흘려보내는 이유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는 그 시간을 낭비했다며 자책하.. 더보기
결정 관계에서도 맺고 끊음이 중요하다. 그것은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우리는 그 관계에 마지막에 문장에 찍는 부호를 찍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점찍은 곳에 아직은 미련이 남아있어 한동안을 그 손을 때지 못한다. 그저 망부석처럼 이러지도, 그렇다고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게 되면 자연히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생각이 많아질 때,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 마침표를 찍었던 그 손을 슬며시 움직이며, 그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는 것이다. “조금 쉬어가면 괜찮아지겠지.” “시간이 우릴 해결해 주겠지.” 하지만 우리가 마침표를 찍을만한 생각을 했던 결정이라면, 그 결과는 대개 변하지 않는다. 처음 했던 결정이 맞는 경우가 많다. 마치 시험문제를.. 더보기
향기 좋아하던, 사랑하던 사람을 잊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떠오르고, 항상 생각이 난다. 잊으려고 하면, 그 사람이 생각이 난 것이고, 지우려고 다짐해도 내 마음에 남은 것이다. 하지만 좋아했던 사람도, 사랑했던 사람도 잊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뜨거운 사랑을 하다가도 서로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나. 혼자만의 사랑을 하다가 상대에게 마음이 맞는 이성이 생겼다거나. 어쩌면 한때 자신의 전부인 것 같이 사랑을 하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린, 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무너져 내린다거나. 우리는 수많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어야 하는 경우에 놓여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들은 틈만 나면 파고들어와 모든 것들 파헤쳐 버리곤 이내 사라져버린다. 마치 소.. 더보기
습관 우리에겐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 같은 것들이 있다. 바로 습관이다. 특히 사람이 지나고 난 자리에 남는 습관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이면 입에 뿌리던 입 냄새 제거제. 신호가 바뀔 때면 항상 도로 안쪽으로 잡아당기던 그 손. 너를 만나는 날이면 입고 나갔던 네가 골라 준 옷. 네가 사준 액세서리. 그리곤 시도 때도 없이 부르던 너의 이름. 이런 많은 것들이 헤어진 후에도 은연중에 나오곤 한다. 문득 중요한 일이 생기는 날이면 주머니 어디선가 굴러다니던 입 냄새 제거제를 뿌리다가 한 번. 신호 바뀌길 기다리면서도 막상 바뀌고 나면 잡을 손이 없어서 허공을 휘졌는 나의 공허해진 헛손질. 아무렇지 않게 집어 아무렇지 않게 입고 밖으로 나섰지만, 너무도 반짝이.. 더보기
좋았던 기억 우린 모두 과거의 어느 시점에 있는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 기억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좋았던 기억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할 경우에는 넘쳐흐르는 뿌듯함으로 다가올 것이고, 좋았던 기억과 지금의 상황이 터무니없이 다르다면 그 기억을 통해 한 발짝 더 나아갈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좋았던 기억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좋았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그 시간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 즉, 아직 그들의 시간은 과거의 그 좋았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런 삶은 어떻겠는가.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현재에 대한 감각이 없다. 지금을 살아가면서도 지금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일어나면 그 사람의 시간은 갱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