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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기억

우린 모두 과거의 어느 시점에 있는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 기억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좋았던 기억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할 경우에는 넘쳐흐르는 뿌듯함으로 다가올 것이고, 좋았던 기억과 지금의 상황이 터무니없이 다르다면 그 기억을 통해 한 발짝 더 나아갈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좋았던 기억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좋았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그 시간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

 

, 아직 그들의 시간은 과거의 그 좋았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런 삶은 어떻겠는가.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현재에 대한 감각이 없다. 지금을 살아가면서도 지금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일어나면 그 사람의 시간은 갱신된다.

 

슬프지 않은가. 그 오랜 시간을 과거에 두었다가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만나고 자신의 시간이 수년이 흐른 현재로 와 버린다면 말이다.

 

그동안 견뎌온 시간은, 그동안 버텨온 시간은 그저 꿈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저 긴 꿈을 꾸었다가 깨어난 것 정도밖에 안 되는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꿈은 또한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아, 빠르게 그 기억들이 사라져버리곤 만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다행이다. 시간이 다시 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도 오래 시간을 다시 돌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과거에 좋은 기억에 대한 미련이 강하게 남은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 기억을 유지시킬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대개 그 기억 속에서 오랜 시간을 헤어 나오지 못한다.

 

슬프지 않은가. 흐르는 시간을 우리 곁에 잡아두지 못하고 계속 흘려보내야만 하는 게.

 

우리는 때로 시간을 돈에 비유하곤 한다. 과거에 시간이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돈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과 같다. 그 꿈에서 조금만 빨리 깨어났더라면 잡을 수도 있었던 시간을, 돈을, 계속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슬프지 않은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과거를 놓지 못하는 것이.

 

 

 

 

나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데

내가 어찌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겠는가

좋았던 기억,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