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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 나 오늘 시간 낭비 너무 했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낭비했다는 말을 그만큼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시간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낭비라는 단어를 쉬이 덧붙인다.

 

반면 돈을 쓰는 것에는 어떠한가. 요즘은 "flex"라는 유행할 정도로 그것에는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점을 볼 때, 사람들은 유독 시간에 각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충분한 낭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을 낭비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모순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통해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흘려보내는 이유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는 그 시간을 낭비했다며 자책하고 후회하는가.

 

그것은 우리를 힘들게 한 일이나, 버겁게 다가오는 일들이 주는 무기력한 시간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회복의 시간을 걷고 있는 것이지, 결코 그저 흘려보내며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몸에 상처가 났다고 가정하자. 상처가 아물기까진, 상처에 딱지가 지고, 그 딱지가 떨어져 새살이 돋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데, 상처가 아물 시간도, 딱지가 지고 떨어져 새살이 돋을 틈도 없이, 또 그 부위에 상처가 생긴다면 어떨까.

 

우리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몸에 안고 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일단 아픈 몸에 행동 자체가 느려지기도 하고, 온 신경이 그곳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상상해보았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온 신경이 상처 부위에만 가 있는 하루하루가 지속되는 나날을.

 

그런 상황에서는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 상처들을 방치하면 종국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니 흘려보내는 시간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간들은 상처 난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치료제이니.

 

 

 

 

그 시절 내게 얼마나 여유가 없었다면

그것을 낭비라 생각했을까

낭비,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