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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바비

나에겐 태풍 하면 떠오르는 한순간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시간이다. 때는 태풍에 관한 단원을 배우고 있었을 시기였다. 지구과학을 배우기 전부터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막상 배움 속으로 들어가면 태풍만큼이나 새롭게 다가오는 것도 없다.

 

태풍 하면 막연히 “휩쓸고 지나간다.”라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하지만 태풍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에 있어서 그들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진행방향, 진행속도, 중심기압, 중심부근 최대풍속 등 가장 일반적인 것들만 해도 5가지 정도이다.

 

이 중에서도 중심기압에 대한 추억이 깊다. 때는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중심기압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중심기압이 950hPa만 되어도 엄청난 태풍입니다.”

 

시간이 흐리어놓은 기억이 생각해내는 것은 이 한 문장이지만, 그 한 문장은 태풍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다르게 만들어 놓았다. 내게 큰 태풍의 기준은 950hPa에 얼마나 가깝느냐가 된 것이다. 보통의 태풍은 950근처에 근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 중에 경로를 변경하거나 육지로 들어와 소멸하는 등 우리나라와는 겹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대급 태풍이라고 기록되는 것이 아니고서는 그 기압에 다다르는 것을 쉽게 볼 수는 없다.

 

태풍이 우리나라에 근접한다고 하면 나는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인 중심기압이다. 중심기압을 보면 얼마 정도의 태풍인지 가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바비를 대하는 나의 자세도 그러했다. 얼마 전 중심기압을 확인했을 때에는 980hPa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 밤과 내일 새벽이 고비라는 말을 들고 다시 확인해본 태풍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8월 26일 15시를 기준으로 태풍 바비는 중심기압이 945hPa이라고 기록이 되어있는 것이다. 나의 가장 큰 태풍의 기준은 950hPa인데, 그것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 살펴볼 것이 많아진다. 진행속도에 따라서 태풍에 대한 피해가 오래 지속될 수도, 빠르게 휩쓸고 지날 수도 있고, 순간풍속에 따라서 얼마나 쎈 바람이 내륙을 강타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현재 진행방향을 보면 단연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하고 있다. 또한 진행속도 또한 느린 편이어서 우리나라 주위에 태풍이 오래 머무를 확률이 높다. 태풍이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태풍의 영향권에 많은 시간 노출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며, 그런 경우 피해가 커질 확률이 다분히 높다.

 

또한 최대풍속은 45m/s 초속 45m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 또한 전해지고 있다.

 

이 수치들이 다가오지 않는다면 먼저 태풍을 겪고 있는 제주의 모습을 보면 조금은 다가온다. 현재 제주에는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수준이 아니라, 나무가 부러지는 수준의 태풍이 불고 있다. 또한 간판과 같은 시설물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중앙 분리 가드레일이 완전히 굽어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는 제주에서 관측된 풍속이 40m/s를 넘지 않음에도 일어난 일들이다. 이런 피해들이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우리도 이제는 턱밑으로 다가온 태풍을 대비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휩쓸어버린다는 오명 속에

여러 장점이 묵살되는 것은 아닌지

태풍,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