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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좋아하던, 사랑하던 사람을 잊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떠오르고, 항상 생각이 난다. 잊으려고 하면, 그 사람이 생각이 난 것이고, 지우려고 다짐해도 내 마음에 남은 것이다.

 

하지만 좋아했던 사람도, 사랑했던 사람도 잊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뜨거운 사랑을 하다가도 서로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나.

 

혼자만의 사랑을 하다가 상대에게 마음이 맞는 이성이 생겼다거나.

 

어쩌면 한때 자신의 전부인 것 같이 사랑을 하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린, 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무너져 내린다거나.

 

우리는 수많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어야 하는 경우에 놓여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들은 틈만 나면 파고들어와 모든 것들 파헤쳐 버리곤 이내 사라져버린다. 마치 소용돌이 같을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문득, 찾아와 머릿속과 마음을 뒤집에 놓고 떠나는 것은 당연지사, 자신들이 잊힐 것 같이 우리의 마음과 생각 속에서 희미해질 때쯤에는, 그들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 반경 안에 나타나서 그들의 모습을 비추곤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곳은 그들의 활동 반경이 아님에도 그들을 잊을 수 있는 공간마저 침투해 흐려지던 기억을, 잊어내던 기억을 다시 한번 선명히 상기시키고는 사라진다.

 

잊히던 기억이 선명해지는 것도 고역이지만 그들은 꼭, 그들의 향기를 그 자리에 남기고 사라진다.

 

그래서 그곳을 지날 때면, 그들의 모습, 그들의 행동들까지도 빠짐없이 기억난다. 마주치진 못했더라도 그를 본 이상 우리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 테니까.

 

그들은 마치 여지를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만도 없는 것이, 그들의 옆에는 항상 누군가 함께했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에 그들은 남기지 않은 향기가 없어 모든 곳 모든 삶의 순간에서 네 모습이 떠오른다.

 

 

 

 

언제 어디는 나를 찾아와 괴롭힌다

너라는 사람이

 

이제는 네가 남기지 않은 향기가 없어

모든 곳 모든 삶의 순간에서 네가 떠오른다.

향기,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