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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우리에겐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 같은 것들이 있다.

 

바로 습관이다.

 

특히 사람이 지나고 난 자리에 남는 습관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이면 입에 뿌리던 입 냄새 제거제.

 

신호가 바뀔 때면 항상 도로 안쪽으로 잡아당기던 그 손.

 

너를 만나는 날이면 입고 나갔던 네가 골라 준 옷.

 

네가 사준 액세서리.

 

그리곤 시도 때도 없이 부르던 너의 이름.

 

이런 많은 것들이 헤어진 후에도 은연중에 나오곤 한다.

 

문득 중요한 일이 생기는 날이면 주머니 어디선가 굴러다니던 입 냄새 제거제를 뿌리다가 한 번.

 

신호 바뀌길 기다리면서도 막상 바뀌고 나면 잡을 손이 없어서 허공을 휘졌는 나의 공허해진 헛손질.

 

아무렇지 않게 집어 아무렇지 않게 입고 밖으로 나섰지만, 너무도 반짝이게 닦아놓은 옷가게 유리에 비춰 보이는 그 옷을 샀을 때의 옷 가게를 나온 우리의 모습.

 

이제는 없으면 허전해져버린 네가 사준 시계가 없는 왼 손목.

 

그리고 이제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만 너에게 닿기를 바라면 외치는 너의 이름까지.

 

살아온 날에 비하면 너와 함께한 시간은 너무도 짧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너는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남겨놓고 떠났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습관 위에 습관을 덧씌워 잊어내야 할까. 아니면 그 습관대로 너를 기억하며 무뎌지길 바라야 할까.

 

 

 

 

떠나간 지 오래인

너와 같은 것들이 내게서 보인다

 

이젠 나의 일부인가

지워내야 할 흔적인 것인가

습관,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