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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르게 벌써 8호 태풍 바비가 지나갔다. 그것은 떠들썩했던 여론과 달리 태풍 자체가 조용히 지나간 것도 있고,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어디선가 소멸되었던 1-7호 태풍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8호 태풍인 바비가 오기 전에 1-7호 태풍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올해 우리에게 기억을 남긴 것은 8호 태풍인 바비 하나뿐이다. 이어 9호 태풍인 마이삭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그것 역시 주의가 필요한 태풍이라고들 말한다. 그 태풍 역시 우리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태풍과 같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라고 칭해지는 인연이다.

 

우리는 인연에 대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진정 인연이면 만나겠지.”

 

이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저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면 돌고 돌아올 시간이 그 인연을 데리고 온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에게 인연이라는 말은 우리의 능력 외의 것을 칭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태풍도 그러하다. 우리는 태풍 자체를 우리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우리 쪽으로 오게 할 수도, 피해를 입기 싫다고 해서 밀어낼 수도 없다.

 

그 인연에 대한 상상, 예측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과 예측은 대개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분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다가온 인연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1-7호 태풍과 같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버린 인연까지 어찌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언젠가 사라져버렸을, 다가오지도 못하고 소멸되어버릴 인연을 붙잡고 있기 보다, 우리에게 근접하게 다가올 인연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이렇듯 우리는 태풍과 같이

수많은 인연들을 스치듯 지나간다

 

그중 제일 가깝고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

인연,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