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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바비 나에겐 태풍 하면 떠오르는 한순간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시간이다. 때는 태풍에 관한 단원을 배우고 있었을 시기였다. 지구과학을 배우기 전부터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막상 배움 속으로 들어가면 태풍만큼이나 새롭게 다가오는 것도 없다. 태풍 하면 막연히 “휩쓸고 지나간다.”라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하지만 태풍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에 있어서 그들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진행방향, 진행속도, 중심기압, 중심부근 최대풍속 등 가장 일반적인 것들만 해도 5가지 정도이다. 이 중에서도 중심기압에 대한 추억이 깊다. 때는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중심기압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중심기압이 950hPa만 되어도 엄청난 태풍입니다.” 시간이 흐리어놓은 기억이 생각해.. 더보기
칠월 칠석 누구나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면, 적어도 중국, 일본 3국 중 한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면 잘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칠월 칠석”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로, 견우와 직녀 이야기다. 견우는 소를 모는 목동이었고, 직녀는 베를 잘 짜는 사람이었다. 그 둘은 모두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둘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그 둘은 혼인을 약속하고, 부부가 되었다. 부부가 된 둘은 신혼의 즐거움에 빠져 자신들이 하던 일을 망각하고는 게을러져 버렸다. 그것을 본 임금님은 몹시 노하여, 그 둘을 은하수를 가운데에 두고 떨어져 살게 하였다. 그리고 한 해에 한 번 칠월 칠석에만 같이 지낼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은하수가 가로막는 턱에 한 해에 한 번도 만날 수.. 더보기
낭비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 나 오늘 시간 낭비 너무 했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낭비했다는 말을 그만큼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시간”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낭비”라는 단어를 쉬이 덧붙인다. 반면 돈을 쓰는 것에는 어떠한가. 요즘은 "flex"라는 유행할 정도로 그것에는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점을 볼 때, 사람들은 유독 시간에 각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충분한 낭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을 낭비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모순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통해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흘려보내는 이유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는 그 시간을 낭비했다며 자책하.. 더보기
결정 관계에서도 맺고 끊음이 중요하다. 그것은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우리는 그 관계에 마지막에 문장에 찍는 부호를 찍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점찍은 곳에 아직은 미련이 남아있어 한동안을 그 손을 때지 못한다. 그저 망부석처럼 이러지도, 그렇다고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게 되면 자연히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생각이 많아질 때,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 마침표를 찍었던 그 손을 슬며시 움직이며, 그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는 것이다. “조금 쉬어가면 괜찮아지겠지.” “시간이 우릴 해결해 주겠지.” 하지만 우리가 마침표를 찍을만한 생각을 했던 결정이라면, 그 결과는 대개 변하지 않는다. 처음 했던 결정이 맞는 경우가 많다. 마치 시험문제를.. 더보기
향기 좋아하던, 사랑하던 사람을 잊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떠오르고, 항상 생각이 난다. 잊으려고 하면, 그 사람이 생각이 난 것이고, 지우려고 다짐해도 내 마음에 남은 것이다. 하지만 좋아했던 사람도, 사랑했던 사람도 잊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뜨거운 사랑을 하다가도 서로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나. 혼자만의 사랑을 하다가 상대에게 마음이 맞는 이성이 생겼다거나. 어쩌면 한때 자신의 전부인 것 같이 사랑을 하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린, 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무너져 내린다거나. 우리는 수많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어야 하는 경우에 놓여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들은 틈만 나면 파고들어와 모든 것들 파헤쳐 버리곤 이내 사라져버린다. 마치 소.. 더보기
습관 우리에겐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 같은 것들이 있다. 바로 습관이다. 특히 사람이 지나고 난 자리에 남는 습관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이면 입에 뿌리던 입 냄새 제거제. 신호가 바뀔 때면 항상 도로 안쪽으로 잡아당기던 그 손. 너를 만나는 날이면 입고 나갔던 네가 골라 준 옷. 네가 사준 액세서리. 그리곤 시도 때도 없이 부르던 너의 이름. 이런 많은 것들이 헤어진 후에도 은연중에 나오곤 한다. 문득 중요한 일이 생기는 날이면 주머니 어디선가 굴러다니던 입 냄새 제거제를 뿌리다가 한 번. 신호 바뀌길 기다리면서도 막상 바뀌고 나면 잡을 손이 없어서 허공을 휘졌는 나의 공허해진 헛손질. 아무렇지 않게 집어 아무렇지 않게 입고 밖으로 나섰지만, 너무도 반짝이.. 더보기
최선 야구를 보면서 미련해 보이는 행동이 있다.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많은 이들은 그 행동을 보고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아니, 어차피 죽은 거 뭘 저렇게 열심히 뛰어?” 하지만 야구를 했었던 나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타자가 1루까지 전력 질주를 할 때, 보통 선수들은 4초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바꾸어 말하면, 그라운드에 있는 수비수는 그 짧은 시간 내에 공을 포구해서 1루에 송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1루에 공이 4초 내에 도착해 있어야 아웃 판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땅볼을 치고도 설렁설렁 뛴다면 어떻겠는가. 수비수는 급박한 느낌 없이 편안하게 공을 처리할 것이다. 반면 죽기 살기로 1루까지 뛰어 전력 질주를 하는 사람을 본 수비수의 입장은 어떻겠는가. 수비수의 .. 더보기
마지막 이상하게도 들으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마지막”이라는 단어다. 얼마의 시간을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단어로 한정하든 그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애틋함을 불러 일으킨다. 순전히 그것이 지금까지의 일들을 마무리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말이다. 그것은 아마, 지난날에 대한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킨, 우리의 마음이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든, 조금은 좋은 기억으로 미화시키고 싶은, 그래서 그 일에 대해서는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마지막 발악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을 맞이하기 전, 책상은 다 정리가 되었어도, 머릿속으로 생각은 다 정리가 되었어도,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음이다. 하지만 어떤 마지막은 후련함을 가져오기도 한다. 대개 그런 마지막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