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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야구를 보면서 미련해 보이는 행동이 있다.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많은 이들은 그 행동을 보고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아니, 어차피 죽은 거 뭘 저렇게 열심히 뛰어?”

 

하지만 야구를 했었던 나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타자가 1루까지 전력 질주를 할 때, 보통 선수들은 4초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바꾸어 말하면, 그라운드에 있는 수비수는 그 짧은 시간 내에 공을 포구해서 1루에 송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1루에 공이 4초 내에 도착해 있어야 아웃 판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땅볼을 치고도 설렁설렁 뛴다면 어떻겠는가. 수비수는 급박한 느낌 없이 편안하게 공을 처리할 것이다.

 

반면 죽기 살기로 1루까지 뛰어 전력 질주를 하는 사람을 본 수비수의 입장은 어떻겠는가.

 

수비수의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전력 질주하는 타자의 모습을 보면 한 발짝 더 앞으로 들어가서 타구를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제자리에서 처리해도 되는지 고민에 빠진다.

 

둘 모두 장단은 있다. 앞으로 들어가며 처리할 경우 어느 정도의 불안 요소를 감수해야 한다. 시선이 흔들리는 점이라든지, 던지는 송구 동작이 불편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 제자리에서 타구를 처리할 경우는 멈추어 있는 동안 뛰어가는 타자를 바라만 보며 마음을 졸이다가 1루를 내어줄지도 모른다.

 

, 타자가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타자는 그 짧은 시간에 무기력하게 아웃이 될 수도, 분위기를 바뀌며 살아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런 선수를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미련해 보일 정도로 자신의 일에 열심히인 사람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매 순간에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타석에서 타율을 갉아먹고 있는지, 아니면 그 한 번의 뜀박질로 그냥 잃을 수 있는 기회들을 살려내는지를.

 

때로는 남들이 당연히 여기는 행동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우리를 통해 보이는 것은 어떨까.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그 행동

 

그 행동이 때로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미련함,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