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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무너지다 유독 사람이 힘들 때, 자신이 쌓아왔던 것을 잃었을 때, 많이 사용하는 말이 있다. 바로 “무너지다”이다. 무너진다는 표현은 대개 건물이나 사물에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때로는 사물에 사람을 빗대어 설명하는 의인화의 작업과 같이, 사람을 사물에 비유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전은 다르게 설명한다. “몸이 힘을 잃고 쓰러지거나 밑바닥으로 내려앉다." 이것 말고도 “무너지다”에 대한 정의가 많이 있지만 보통 생각하는 정의는 없었다. "건물이나, 탑 따위가 아스러져 내려앉다“ 되려 사전은 사람에 대한 “무너지다”라는 표현을 더 많이 정의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보다 사람이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느 쪽이든 무너진다는 것은.. 더보기
편지 이제는 너무도 애틋한 단어가 되어버린 것이 있다. 바로, “편지”이다.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가 고도로 발달해 편지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편지라는 단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안에 담긴 애틋함을 기억하고 있다. “왜 일까?” 분명 편지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함에도 말이다. 우리는 흔히 “편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다. 우편물로서 우체통에 배달되어 우리가 열어보는 것을 우리는 편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린다. 하지만 편지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이렇다.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그렇다. 편지의 의미에 어디서도 “우편물”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문자, sns, 심지어는 그럼에도 우리가 .. 더보기
전화 헤어지고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헤어지고도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생길 때면, 대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한 상황은 보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제 막 사랑이 시작되었거나, 아니면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경우이거나. 두 경우 모두 사랑이 시작된, 사랑을 하게 된 기간만 다를 뿐, 그 사람이 하루 종일 맴돈다는 것은 같은 현상이다. 후자의 경우, 즉 사랑을 시작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나눈 후에는 헤어진 후에 전화를 하는 것이나, 만나는 것이 사랑을 처음 시작한 이들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한 전자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랑의 시작은 대개 혼자만의 사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후 점차 시간이 흘러.. 더보기
계획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공자가 한 말 중의 일부이다. 그 말을 조금 더 살펴보면 이렇다.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에 있고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만큼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말과 같이 우리는 어떤 일을 들어가기 전에 자신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운다. 그것이 문서로 정리된 계획이든, 머릿속에서 맴도는 계획이든. 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기 원한다. 과연 우리가 세웠던 계획들이 빠짐없이 실현된 그런 기억이 있는지. 우리의 계획대로 온전히 구현된 일이 있는지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큰 틀은 어찌 계획과 맞추어졌는지 모른다. 아니, 결과는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우리.. 더보기
노래 다섯 가닥의 선 사이를 넘나드는 음들. 그 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멜로디. 노래에 필요한 그 멜로디들은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뛰어난, 우리가 존경해야 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각각의 음들은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선들을 넘나들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 자리가 높은 자리든, 그렇지 못하든. 그런 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멜로디가 만들어진다. 멜로디라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멜로디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아름다운 멜로디엔 미치지 못한다. 우린 각각의 음들과 달리 자리를 고집한다. 절대 자신의 자리를 양보할 수 없고, 하더라도 의도가 불순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게 자신의 자리만 고집하는 우리의 세상은 .. 더보기
기차 기차역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나의 기분도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기차역을 찾은 것은 인생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또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것을 찾으려 여행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회의감의 무게는 꽤나 무거웠다. 기차가 버텨내고 있는 승객의 무게만큼. 기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내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찾는 것은 기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목이 탔다. 가방을 열어 물을 홀짝이는 사이 기차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서둘러 가방을 정돈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에도 서두르고 있는 나 자신이 .. 더보기
막차 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거닐 때면, 역 앞이나 정류장 앞에서 떠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헐떡이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의 다음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일관적이다. 한참을 하염없이 열차나 버스가 사라진 곳을 넋 놓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는 힘이 빠져 너털거리는 몸을 이끌고 도로 위로 손을 흔들거나 전화로 다른 수단을 찾는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참을 급박하게 뛰어가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본 그런 경험 말이다. 그 후의 행동은 막차를 놓친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었다면 그날은 첫차를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한참을 지나간 자리를 넋 놓고 보다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은 정류장에 몸을 기대었다.. 더보기
온종일 우린 가끔 이런 말을 한다. “하루 온종일 걸렸어.”, “하루 온종일을 해도 다 못 끝냈어.” 이런 말을 할 때, 우리는 “온종일”이라는 말에 집중해 그 앞에 있는 “하루”를 무심코 넘겨버리곤 한다.사실 “온종일”이라는 단어에도 “하루”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하루 온종일”이라고, 굳이 하루를 한 번 더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무언가를 하느라 보낸 온종일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보통 그런 말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온종일 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그때를 생각해 보았을 땐, 그 어느 한순간에서라도 푸념 섞여 나오는 위의 문장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럼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탐탁지 못한 일을 하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