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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우린 가끔 이런 말을 한다.

 

“하루 온종일 걸렸어.”, “하루 온종일을 해도 다 못 끝냈어.”

 

이런 말을 할 때, 우리는 “온종일”이라는 말에 집중해 그 앞에 있는 “하루”를 무심코 넘겨버리곤 한다.

사실 “온종일”이라는 단어에도 “하루”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하루 온종일”이라고, 굳이 하루를 한 번 더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무언가를 하느라 보낸 온종일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보통 그런 말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온종일 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그때를 생각해 보았을 땐, 그 어느 한순간에서라도 푸념 섞여 나오는 위의 문장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럼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탐탁지 못한 일을 하면서, 하루를 태워 보내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가.

 

우리가 보낸 그 하루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일상이 담겨있다.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마땅히 했을 그런 일들 말이다.

밥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다거나, 잠을 조금 더 청한다거나, 그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거나, 친한 이들과 마음을 나눈다거나, 잊고 있던 이의 안부를 묻는다거나.

 

우리는 때로 “하루 온종일”이라는 단어 앞에 많은 것을 내어준다. 하지만 내어주면서도 무엇을 얻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그곳을 향해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일을 다른 하루로 만들어갈 계획은 돌이킬 수 없는 어제에서 시작된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앗아가는 우리의 하루일지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잃어버린 하루를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루를 온전히 무언가에 쏟는다는 것이

과연 우리의 일상을 내어 줄 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

온종일,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