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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거닐 때면, 역 앞이나 정류장 앞에서 떠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헐떡이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의 다음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일관적이다. 한참을 하염없이 열차나 버스가 사라진 곳을 넋 놓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는 힘이 빠져 너털거리는 몸을 이끌고 도로 위로 손을 흔들거나 전화로 다른 수단을 찾는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참을 급박하게 뛰어가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본 그런 경험 말이다. 그 후의 행동은 막차를 놓친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었다면 그날은 첫차를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한참을 지나간 자리를 넋 놓고 보다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은 정류장에 몸을 기대었다. 그제야 뛰어오느라 느끼지 못한 밤공기와 산들바람이 나를 간질였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이 말이다.

 

그 후, 한 시간 정도를 정류장에 몸을 의지하여 사색에 잠겼다. 그간 미뤄왔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사색에서 빠져나와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을 때, 정류장의 낡은 시계의 시침은 2와 3사이를 분침은 6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후로 30분 정도는 빛이 잘 들지 않는 정류장의 노선도를 보며, 첫차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늦으면 잠들었을 보통의 시간에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다른 이들의 하루는 어땠는지 휴대폰을 열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그렇게 평소였다면 있지 않았을 곳에서,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들을 하며, 평소였으면 보지 못했을 것들을 천천히 돌아보니 시간은 어느새 첫차와 한껏 가까워져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두웠던 정류장에 다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도로 위에는 지나다니는 차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뒷모습으로 허탈함을 안겼던 이가 나를 실어갔다.

 

우리는 늦게까지는 1시까지도 다니는 마지막 차를 놓치고, 이르게는 4시 중후반대에 다니는 첫차를 우리는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곤 놓쳤다는 절망에 취해 한참을 멈춰서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차는 다시 온다. 잠시 쉴지언정 다시 운행한다. 그것을 기회에 대답해도 마찬가지다. 절대 돌아오지 않을 기회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기회를 놓쳤다는 절망감에 첫차를, 그러니 다시 오는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막차와 첫차를 기억하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 지나가는 것이 마지막 기회인지.

 

 

 

 

마지막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첫차를 보지 못했다.

그 절망에 빠져있느라

막차,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