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사람이 힘들 때, 자신이 쌓아왔던 것을 잃었을 때, 많이 사용하는 말이 있다.
바로 “무너지다”이다.
무너진다는 표현은 대개 건물이나 사물에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때로는 사물에 사람을 빗대어 설명하는 의인화의 작업과 같이, 사람을 사물에 비유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전은 다르게 설명한다.
“몸이 힘을 잃고 쓰러지거나 밑바닥으로 내려앉다."
이것 말고도 “무너지다”에 대한 정의가 많이 있지만 보통 생각하는 정의는 없었다.
"건물이나, 탑 따위가 아스러져 내려앉다“
되려 사전은 사람에 대한 “무너지다”라는 표현을 더 많이 정의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보다 사람이 무너지는 경우가 더 많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느 쪽이든 무너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건물이든 사람이든.
좋든, 좋지 않은 것이든 쌓아왔던 것을 잃는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일부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 그 이상은 무너지지 못하게 잡는 버릇이 있다. 그것은 젠가와 같은 것에서 드러난다.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잘못 나뭇조각을 빼서 쓰러지는 젠가를 부여잡아 본 적이. 그렇게라도 쓰러지는 것을 막고 싶었던 적이.
하지만 때로는 순발력이 부족해서, 아니면 그 쓰러지는 것을 부여잡을 힘마저 남아있지 않아서 무너져내려가는 것을, 쓰러져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렇게 기도한다.
부디, 내 전부가 무너져 내리지 않길.
무너져 내리는 날이 있다.
다만 전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무너지다,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