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지막 이상하게도 들으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마지막”이라는 단어다. 얼마의 시간을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단어로 한정하든 그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애틋함을 불러 일으킨다. 순전히 그것이 지금까지의 일들을 마무리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말이다. 그것은 아마, 지난날에 대한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킨, 우리의 마음이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든, 조금은 좋은 기억으로 미화시키고 싶은, 그래서 그 일에 대해서는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마지막 발악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을 맞이하기 전, 책상은 다 정리가 되었어도, 머릿속으로 생각은 다 정리가 되었어도,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음이다. 하지만 어떤 마지막은 후련함을 가져오기도 한다. 대개 그런 마지막은 .. 더보기
스포트라이트 한 번은 공연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 위에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조명, 온도, 습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장치는 조명을 담당하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였다. 어쩌면 눈에 띄었다기 보다 눈을 부시게 해서 눈길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 같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특정한 부분을 중심해서 보여주거나 특정한 인물을 집중시켜줄 때, 자주 사용된다. 나의 배역 중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있었다. 주위가 모두 암전 되어 어두운 가운데 홀로 등장해서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는 씬이었다. 그때의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어딜 가는 쫓아왔고, 어두운 밤중에 나와 그 둘 밖에 없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렇게 공연을 잘 마치고 공연을 했었다는 기억마저 잊히고 있을 어느.. 더보기
절실함 우리는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절실함의 정도가 성공의 여부를 좌우한다.” 아마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절실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학교 대표 축구 선수로 선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예산이 부족했는지 축구 유니폼을 주전들에게만 지급했다. 아니 어쩌면 돌려 입는 유니폼이었기에 주전들이 입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유니폼 관리는 당연히 주전들이 했다. 때는 시합 도중이었다. 전반전이 채 중반을 흘러가기도 전에 감독님은 선수 한 명을 불러들였다. 교체 사인이었다. 그 주전이 경기 당일 폼이 너무도 떨어졌던 까닭이다. 감독님은 나를 준비시켰다. 당연히 여벌 옷이 한 벌도 없었던 당시 상황으로선 미리 몸만 풀고 있다가 선수가 .. 더보기
미안한 사람 미안한 감정을 가져오는 사람이 있다. 미안하다는 뜻을 대변하는 사람이 있다. 우린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수많은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만남과 이별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생긴다. 누군가에게는 악의 감정이 생길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애틋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듯 대개 사람은 그에 맞는 감정을 가져온다. 그런데 미안함 감정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대부분 그에 맞는 보답을 하지 못했거나, 과분한 것들을 받았지만 돌려주기는 내키지 않는 경우들이다. 그런 때에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미안한 감정이 그리 긍정적인 감정은 아님을 느꼈다. 미안함에 따른 유의어를 보아도 그렇다... 더보기
품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품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단지 그 사람보다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조금은 더 나은 위치에 있으려는 마음 또한 아닐 것이다. 그것은 단지 무엇 하나라도 내가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리라. 그런데, 품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조차 싫어하는 사람이거나, 품으려는 상대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 품으려는 사람이 아무것도 아니게 됨을 느끼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가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품으려는 상대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 품으려는 사람이 그 사람의 앞에서 작아짐을 느끼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작은 그릇은 큰 그릇을 품을 수 없다.” “절대로 작은 물통은 많은 물을 담아낼 수 없다.” .. 더보기
표정 잊고 있던 옛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분명 그때의 기억은 좋은 기억이 아니었는데,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그리곤 사진첩에 있던 사진을 둘러보았다. 카메라를 인식하고 찍은 거의 모든 사진 안의 나는 웃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추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살다 보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일들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좋지 않은 시간들로 보냈다면, 좋지 않은 표정들로만 그 시간들을 채워간다면 우리네 삶은 어떠했을까. 그만큼이나 비참한 삶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흐르고 있는 수도꼭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행동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힘든 시간들이더라도 우리가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작은 부분이자,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