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옛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분명 그때의 기억은 좋은 기억이 아니었는데,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그리곤 사진첩에 있던 사진을 둘러보았다. 카메라를 인식하고 찍은 거의 모든 사진 안의 나는 웃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추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살다 보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일들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좋지 않은 시간들로 보냈다면, 좋지 않은 표정들로만 그 시간들을 채워간다면 우리네 삶은 어떠했을까.
그만큼이나 비참한 삶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흐르고 있는 수도꼭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행동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힘든 시간들이더라도 우리가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작은 부분이자,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있다. 바로, 표정이다.
문득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니, 무슨 표정 하나 바뀐다고 큰 효과를 가져오나?”
표정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이렇다.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따위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 또는 그런 모습”
즉, 표정은 그 일을 하는 데 있어 감정과 정서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 있어 표정이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 찾아오면 그에 맞는 감정에 따라 표정이 변화한다. 감정을 세 가지로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또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표정을 가진 감정이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을 누군가 보면 이렇게 말한다.
“아니, 저 사람은 왜 내키지도 않는 일을 저렇게까지 하고 있어?”
분명, 내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반면, 기쁜 표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을 어쩜 저렇게 기쁘게 할 수 있지.”
이 반응이 모순되면서도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부정적인 표정을 가진 이에게는 왜 저렇게까지 하냐고 하면서 긍정적인 표정을 가진 이에게는 어떻게 일을 기쁘게 하냐니.
이토록 모순된 표현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표정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달되어 그 사람을 평가하게 만든다. 그런데 아무렴 그 표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당사자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을까.
분명,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좋지 않은 기억이었던 시절에 찍힌 나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겨졌던 시절이 많은 시간이 지나고, 사진으로 만나봤을 때, 그 안에 내가 웃고 있다면 그것은 대개 이런 표현으로 기억을 자리 잡게 된다.
“그래도 이때가 나쁘지만은 않았지.”
사진 속의 한 번의 표정의 변화가 그 많은 시간 안 좋은 기억이었던 시절들을 바꾸어주는데. 아무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라고 바뀌지 않겠는가.
수도꼭지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을 부정적인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다른 이가 보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마음에 안 들면 물을 끄면 되지 왜 저렇게 쳐다보고 있어?”
반면, 긍정적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어떨까.
“뭐가 그렇게 흥미로워?”
라며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버거워 다른 것을 할 힘조차 없을 때, 표정이라도 바뀌어 보았으면 좋겠다.
잊고 있던 옛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분명, 그때의 기억은 좋은 기억이 아니었는데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표정,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