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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식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우리도 그 시간에 맞게 흘러간다. 과거는 머물러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에 잠식된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과거에 잠식된다. 또 그렇게 다가올 미래를 놓치기도 한다. 현재를 갉아먹는 과거라는 누에 한 마리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먹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과거를 살기도 하고, 미래를 살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은 참으로 애틋한 것 같다. 분명 과거에 있는 일이 지금 눈에 아른거리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찬란한 미래를 바라보기도 하고, 과거에 바랐던 꿈을 현재의 내가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세 종류의 사람 중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많을지.

 

첫째,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

 

둘째, 찬란한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찬 삶을 사는 사람.

 

셋째, 과거에 잠식되어 있는 사람.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그것은 무슨 일이 되었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위기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충실히 살아오던 그 현실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부재, 자신의 건강, 심리적인 요인 등 많은 요소들이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닥친다.

 

그럴 때에도, 그 사람은 현재에 충실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과거를 떠올릴 것이다.

 

, 이때는 이렇게 좋았는데... 지금은 이렇네...”

 

찬란한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찬 삶을 사는 사람은 어떠할까.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미래가 희망에 가득 차 있다고 하지만 불안한다. 단순히 미래라고 하는 단어가 주는 불안감이 상당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성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또한 그 미래가 희망차지 않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그 순간 희망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론은 과거에 잠식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는 이야기이다. 현재가 힘들고, 현재가 미워 과거를 회상한다. 미래가 정해지지 않아, 미래가 불안정해서 또한 과거를 찾아들어간다. 그렇게 우리가 누려야 할, 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시간이 잠식되어가는 것이다.

 

부디, 현재가 고달파서, 미래가 불안정해서 과거를 회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고, 현재 또 다가올 미래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테니.

 

 

 

 

우린 지난 시간을 후회한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의 다리를 붙잡느라

곁에 있는 사람을 또한 놓치게 된다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라면

이미 잡을 수 없는 것을 안다면

적어도 곁에 있는 사람은 지켜야지 않겠는가

잠식,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