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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다섯 가닥의 선 사이를 넘나드는 음들. 그 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멜로디. 노래에 필요한 그 멜로디들은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뛰어난, 우리가 존경해야 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각각의 음들은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선들을 넘나들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 자리가 높은 자리든, 그렇지 못하든. 그런 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멜로디가 만들어진다. 멜로디라는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멜로디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아름다운 멜로디엔 미치지 못한다. 우린 각각의 음들과 달리 자리를 고집한다. 절대 자신의 자리를 양보할 수 없고, 하더라도 의도가 불순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게 자신의 자리만 고집하는 우리의 세상은 .. 더보기
기차 기차역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나의 기분도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기차역을 찾은 것은 인생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또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것을 찾으려 여행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회의감의 무게는 꽤나 무거웠다. 기차가 버텨내고 있는 승객의 무게만큼. 기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내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찾는 것은 기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긴장한 탓인지 목이 탔다. 가방을 열어 물을 홀짝이는 사이 기차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서둘러 가방을 정돈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에도 서두르고 있는 나 자신이 .. 더보기
막차 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거닐 때면, 역 앞이나 정류장 앞에서 떠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헐떡이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이들의 다음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일관적이다. 한참을 하염없이 열차나 버스가 사라진 곳을 넋 놓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는 힘이 빠져 너털거리는 몸을 이끌고 도로 위로 손을 흔들거나 전화로 다른 수단을 찾는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참을 급박하게 뛰어가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본 그런 경험 말이다. 그 후의 행동은 막차를 놓친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었다면 그날은 첫차를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한참을 지나간 자리를 넋 놓고 보다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은 정류장에 몸을 기대었다.. 더보기
온종일 우린 가끔 이런 말을 한다. “하루 온종일 걸렸어.”, “하루 온종일을 해도 다 못 끝냈어.” 이런 말을 할 때, 우리는 “온종일”이라는 말에 집중해 그 앞에 있는 “하루”를 무심코 넘겨버리곤 한다.사실 “온종일”이라는 단어에도 “하루”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하루 온종일”이라고, 굳이 하루를 한 번 더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무언가를 하느라 보낸 온종일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보통 그런 말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온종일 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그때를 생각해 보았을 땐, 그 어느 한순간에서라도 푸념 섞여 나오는 위의 문장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럼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탐탁지 못한 일을 하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