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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거리를 거닐다 보면 수많은 순간들을 마주한다.

 

정신없이 뛰어가는 누군가에 시선을 두고 있노라면, 대개 그들이 원하는 곳까지 시선이 머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이 멈춰 선 순간을 마주하곤 하는데, 그곳은 신호등 앞이었다.

 

또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버스를 따라 뛰어가는 이를 마주할 때가 있다. 어릴 적의 나는 재미로 경쟁심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마치,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표정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그 버스가 막차였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표정에 우러나오는 감정은 절실했다.

 

이런 순간들을 남녀 관계에 대입시켜 보았다.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과 선택들이 오간다. 누군가는 앞만 응시하며 정신없이 뛰어가다 넘어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신호에 걸려 건너편에 있는 다정한 모습의 연인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있는 힘껏 뛰어 달리는 버스를 잡기도 또 놓치기도 한다.

 

하루에도 우리의 시선은 수많은 사람에게 또 사랑에게 머무른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게 남는 순간은 대개 그 사람의 중요한 순간을 마주했을 때다.

 

 

 

시간은 몇 분 또는 몇 초 차이로 엇갈린다

 

그게 너와 나의 시간이었고

누군가는 운명이라

칭하는 단어의 의미였다

운명,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