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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던 일

하고 싶었던 일이 절실하게 밀려오는 밤이 있다. 그 밤은 잠을 못 이루게 만들기도 하고, 그날의 추억에 잠겨 헤어 나올 수 없는 시간으로 그 밤을 점철시키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내게도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그리고 또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그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나 같은 레퍼토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한 편의 이야기 정도로 끝날 이야기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 어떤 일보다도 절실했고, 그 누구보다도 절실히 바랐던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로 그 이야기를 표현하는 이유는 이제는 그토록 간절할 자신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것을 도전하기엔 나이도 들었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는 삶에 불안정성을 끼얹는 격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대로의 삶을 산다면 그 삶의 끝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일로 돌아간다면, 첫 계획부터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온전히 돌아갈 수 있는 것만도 아닐뿐더러, 지금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롭게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지나는 밤의 끝을 붙잡고 나와 씨름하는지 모른다. 이렇게라도 자신이 있었음을 증명해 보여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는가 보다. 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모르고.

 

그렇게 어둠을 점철된 밤 가운데서 그때의 기억만이 환히 빛난다.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던 계기부터, 그 일을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 어쩌면 그 일을 하며 가장 잘 나갔을 때의 생각을 정점으로 그 일을 포기해야만 했던 현실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밤을 따라 그 좋았던 기억은 어둠으로 물들어간다.

 

그 어둠은 다시 밝아올 날을 기다리기 위함인가, 다시 밝아올 날을 잃게 만드는 족쇄인가.

 

 

 

 

 

어둠은 다시 밝아올 날을 기다리기 위함인가,

다시 밝아올 날을 잃게 만드는 족쇄인가.

하고 싶던 일,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