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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감정을 머금고 살아간다. 수많은 일들로부터 파생되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감정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감정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감정이거나, 무거워진 감정을 조금은 가볍게 덜어줄 수 있는 감정이거나.

 

하지만 대부분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일이다. 우리는 기쁜 일을 겪었을 때보다, 마음 상하는 일을 겪었을 때를 더 기억한다. 아니 기억한다는 표현보다 기억에 남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 둘은 기억을 유지시키는 기간 또한 달라서 하나의 감정이 무거워진 감정을 조금 덜어갈 때면, 또 하나의 감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와 우리의 마음을 덮친다. 그럴 때면 우린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내려간다. 마음의 깊은 그 어딘가까지 말이다.

 

그렇게 내려간 그곳에서는 한참을 헤매어야 조금이나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무거워진 감정을 조금 덜어간 것에 대가치고는 너무 처참하다.

 

또 전자의 감정은 지속시간 길어서 우리 마음에 쌓이는 것도 용이하다. 즉, 하나의 무거운 감정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른 감정이 그 위를 덮어 예전의 감정이 사라지지도, 또 그 위의 감정을 덜어내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비도 마찬가지다. 대개 많은 비가 내리는 날이면 “침수” 피해가 일어난다. 그 피해가 일어나는 날이면, 하수구가 역류하기도 하고, 집이 물에 잠기기도 한다.

 

비는 참으로 영리해서 우리를 무너뜨리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보통은 폭우가 많은 피해를 야기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그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는 꾸준함으로 우리를 괴롭힐 때가 참으로 많다.

 

그 괴롭힘을 견디다, 많은 곡식들은 그것을 벗어나지 못해 섞어버리기도 하고, 그 꾸준한 양을 물들을 받쳐내다 못해 지친 하수구들은 머금었던 많은 것들을 토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비가 항상 이런 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단비”라는 단어가 있듯이, 때로는 비가 내림으로 시들어가는 꽃에 생기가 돋아나는 것이 확연히 보이는 그런 때가 있다.

 

모순적이게도 우리 마음의 비가 들이칠 때면 마음이 메말라 가는 경우가 많다. 그 많은 비가 들이쳤음에도 말이다. 우리도 가끔 비를 내려줄 필요가 있다. 우리 마음에 찬 그 비를 적절히 잘 흘려줄 줄을 알아야 한다. 축축했던 마음이 촉촉해질 정도의 단비 말이다.

 

우리는 마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그 정도의 비를 흘려내고 나면, 더 생기가 돋아내는 때가 있다. 그것이 지난날의 일로 더 강해진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껏 머금고 있다가, 또 꾸준한 양을 비를 맞다가 섞어버리고,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것들을 적절히 쏟아낼 필요가 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비가 내림으로 시든 꽃에 생기가 돋아나는

 

그래서 우리는 때로 우리의 것을 쏟아낼 필요가 있다

시든 우리의 마음의 단비가 내림과 같이

비, 김경민